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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성전들
이번에 여행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당들을 많이 방문했다.
한국에서는 성당을 가본게 너무 오래되어 어땠나 기억도 안나지만, 내가 방문한 유럽의 성당들은 매우 화려하고 낯선 느낌이었다.
밖에서 본 외관도 하늘을 찌를 듯 장엄해서 많은 이들이 감탄하고 사진을 찍었지만 정말 화려한 것은 성당의 내부였다.
내부의 대부분은 금장으로 되어 있었고, 벽하나가 황금으로된 벽화로 가득차 있는 경우도 많았다. 번쩍번쩍한 오르간과 드높은 성당은 무척이나 웅장해서, 건축물에 별로 관심 없던 나조차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성당 안에는 아직도 공사중인 구조물들도 몇개 있었는데, 그것은 관광객들에게 기부받은 돈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물론 아름다웠지만 그 과도한 금장식을 보며 든 생각은 '사람들이 선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낸 기부금을 굶어 죽어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지 못할망정 벽에 금을 쳐바르는데 쓰는건 귀족들의 사치행위에 지나지 않는것 아닌가?' 하는 것 이었다.
'더높은 성당을 짓고 내부를 더 장엄하고 화려하게 금으로 장식하는 것이 허례허식 외에 무슨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만약 그들이 성전을 초라하게 지었다면 이렇게 오늘날까지 남아서 전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와 그 웅장함에 감동을 받는 일도 없었겠지.'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런 생각으로 성당의 화려함에 대한 비판적인 감정은 접어두고 한국에 돌아온 지금, 그에 대한 의문점들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성당들의 권위와 웅장함을 느끼며 사람들은 거기에 굴복해 신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다. 근데 그런 믿음을 갖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나는 진정 신의 사랑을 믿는 신자라면 주변 이웃들을 사랑해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베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그 성당이 있던 마을에 돈이 남아나서 가난한 이웃들을 돕고도 돈이 남아 성당을 짓는데 쓰이진 않았을 것인데, 그들은 이웃보다 권위를 사랑한 것인가?
난 그런 사람들은 카톨릭과 크리스트교에서 강조하는 사랑이 없는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이웃도 건물보다 낮게 보는 사람들이 신을 믿어봤자 천국에 갈까? 신조차 비웃지 않을까? 자기들은 신을 믿는 믿음으로 훌륭한 성전을 세우는 업적을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보다 사랑이 우선시되어야 하는것 아닌가.
어쨋든 내가 하고픈 말은 화려한 성전을 짓기 보다 사람들이 주변 이웃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들을 돕기를 힘쓴다면 더 좋은 세상이 되겠다는 말이다.
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나오는 대제사장과 예수의 논쟁(?)의 결말 장면을 굉장히 좋아한다.
여러 논리로 기가 막힌 주장을 펼치는 대제사장을 보면서, 도스토옙스키가 무신론자였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작가 정보까지 찾아봤을 정도로 나까지 그의 주장에 압도되었다.
그리고 그의 확신에찬 주장에 대한 예수의 대답이 궁금해졌을때, 도스토옙스키가 내놓은 그의 대답은 말이 아닌 키스였다.
'그는 사랑어린 눈길로 대제사장을 바라보며 그의 입에 입맞춤을 했다.'뭐 그런 내용의 구절이었는데, 거기서 난 엄청난 여운을 느꼈다.
저 모든 논리를 이기는 것이 저런 사랑이라면, 무신론자인 나도 어쩌면 신을, 저런 사랑을 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에서 필요한 것은 딴게 아니라 사랑이다. 사람들을 전도하기 위해 하는 다른 쓸데 없는 짓들 다 집어치우고, 악으로 물든 사회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도 집어 치우고, 종교인들은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우선 가져보는게 어떨까?
더러운 사회를 자신들과 구분짓고 비난하려 하지 말고 그들을 사랑하고 조금이라도 이해해보려 한다면 그들이 당신들이 말하는 사랑에 조금은 설득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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