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문화 2018. 2. 6. 00:00

심즈4 48시간 플레이 후기

어떤분이 심즈 플레이 스샷 올리신거 보고 갑자기 너무 심즈가 하고싶어졌는데, 마침 50%세일 중이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48시간 (2일) 무료 체험을 해보았다.

스샷을 올려주신, 그 분의 플레이 후기에서 가장 끌렸던건, 하나의 캐릭터에 대해 자기가 원하는 컨셉을 잡아서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거였다.

예를 들면, 그분은 몰락한 귀족이 다시 가문을 일으키는 컨셉을 잡아서, 그 캐릭터가 처음에는 화장실만한 좁은 방에 살다가 부자가 되는 스토리를 구상했다. 근데 그 귀족 캐릭터가 가난할 때 조차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성품을 지니고 있어서 쥐와 바퀴벌레가 나오는 집에 살면서도 고상하게 바이올린을 연주했는데 그게 너무 매력있었다.

 

48시간이 게임 플레이 시간으로 48시간이 아니라 게임 설치 버튼을 눌렀을때부터 48시간동안 할 수 있는거라 현실세계와 단절되어 정말 밥만 먹고 게임을 하루 종일 했다.

나는 처음 시작하는 거라 아는 것도 별로 없어서 딱히 컨셉은 잡지 않고 시작했다.

심은 트라이얼로 만들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할것같아서 미리 데모 다운받아서 만들어 놓고 갤러리에 올려놓았었다. (좋은 선택이었다.)

처음에는 부지 선정을 해야 하는데, 난 아무것도 모르고 시간도 없어서 이미 만들어진 건물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내가 선택한 마을에는 부지 밖에 없어서 건물 짓는것부터 다 내가 해야 했다. 이미 만들어진 건물에 입주할 수도 있다는건 나중에 가서야 알았고..

아무것도 몰랐음에도 튜토리얼로 나오는 설명을 따라가다보면 건물 짓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돈을 절약하느라 어떡하면 적은 돈으로 좋은 집을 만들수 있을까 고민을 오래 해서 시간이 꽤 걸렸다.

심즈 하면서 가장 재밌었던건 역시 거지였다가 돈을 모아서 수영장도 만들고 집을 점점 넓혀가는 거였다. 난 돈 절약하는것도 되게 재밌었다.

요리할때 과일이나 채소, 물고기를 주서가면 2원으로 8인분을 만들 수 있어서 재료구하러 휴일마다 돌아다녔는데 그게 참 재밌었다. 토마토 구하러 사막 마을에 한 4일정도 계속 놀러갔는데, 거기서 화재가 일어나서 1박 2일동안 집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해서 아사로 죽을뻔하기도 했다. 후반에는 토마토, 시금치, 감자, 양파 등 거의 대부분의 요리에 필요한 식물을 집에서 기르고 연못도 만들어서 부족함없이 지냈다.

 

내가 돈에만 너무 집착해서 정작 내 심의 특징은 '사랑에 죽고 사랑에 살고' 였음에도 배우자와 대화도 거의 하지 않고 일에만 빠져 살았다.

처음에는 서로가 전부여서 데이트도 많이 하고 하루 종일 붙어있고 밥먹을때도 항상 대화하면서 먹었는데, 직업이 생기니 출,퇴근시간이나 휴일이 달라서 잘때나 보고 거의 대화 없이 지내게 되었다. 막상 휴일이 겹쳐도 서로 밀린 업무 하느라 바빠서 대화도 거의 밥먹을때밖에 못했고..

그렇게 일을 중심으로 살아가다보니, 승진을 되게 많이 해서 돈도 5만원 넘게 벌었다. 근데 나는 돈 모으는 것에 재미를 느껴서 집도 정말 필요한 만큼만 넓히고 거의 쓰지 않고 아꼈다.

근데 돈 아껴서 뭐해? 어차피 돈이란게 목적이 아니라 다른것을 얻기 위해 필요한건데 안쓰고 모으는게 무슨 소용이있지?

여기서 내 실제 욕망이 나타나는 것 같다. 돈 엄청 아끼고 안쓰고 집착하는거.

그런 이유 없는 집착 때문에 나는 내 심을 최종 목표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내 심의 야망은 인생의 소울메이트를 만드는 건데, 살다보니 그 목적은 뒷전으로 되고 자꾸 일이 전부가 되어갔다.

심즈 세계가 일하는 시간 빨리가게 할 수 있는 것, 늙지 않는 것 등등 너무 부러운게 많지만 가장 부러운건 지금 내 입장에서는 전화 한통이면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근데 내가 그렇게 원하는 직장을 갖게 되면 난 심즈에서 했던 것처럼 저렇게 돈만 아끼며 허무한 인생을 살게 될까? 내가 그렇게 될까봐 두렵다.

심 설정을 나이 먹지 않는걸로 해놔서 얘는 나중에 시간이 나면 충분히 데이트도 즐기고 할 수 있다지만, 나 같은 인간은 높은 자리에 올라서 승진할때쯤 되면 이미 정년 퇴직한 노인이 되어 있을 것이고, 죽을 때까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살지 못하고 돈의 노예로 살다 죽겠지..

뭔가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서 묘했다.

그런점에서 나는 이 게임이 굉장히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건물이나 심을 만드는 과정 빼고는 딱히 시간을 많이 쓸일 없이 심이 살아가는 일상만 보면 되니까 그렇게 중독이 심하지도 않은 것 같다.(=쉽게 질린다. 난 지금 이틀하고 질렸다.)

늘 똑같은 일상에서 지루함을 느낄 때, 심즈 세계의 나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인생들을 가끔씩 살아보며 신선함을 느끼고 내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게 좀비를 죽이거나 하는 여타 게임들보다는 훨씬 유익하지 않을까.

지금 세일 기간이든, 나중에든 언젠가는 꼭 사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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